2005년 6월 25일 토요일

같은 곳 다른 시각



인도 함삐에는 거대하고 유명한 유적이 즐비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웅장한 고대 사원 보다는 초라한 시멘트 사원에서 그들의 복을 기원하곤 한다. 매우 초라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숭이 사원 - 인도 함삐 2004.3.


좌린이 구도나 톤에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비니는 사람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데 조금 더 관심이 있는 것같다. 하지만 서로가 찍는 장면은 대개 같이 찍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은 원숭이 사원과 멋들어진 나무가 함께 있는 장면이나 사원에 기도를 드리러 온 다정한 부녀의 모습도 두 대의 카메라 모두에 기록되어 있다.



쁘레야칸의 특징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중앙 신전까지 통하는 문들이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참배객들은 중앙으로 진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낮추어 허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 - 캄보디아 씨엠립 2005.03.


좌린은 점점 좁아져들어가는 사원의 출입문들에 관심을 가졌다. 화면 앞쪽에 소실점을 응시하는 남녀를 둠으로써 공간감을 강조했다. 반면 비니는 사원에서 소일하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사원 출입문을 L자로 배치하고 거기에 피사체를 배치함으로써 배경의 공간을 강조했다.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찾아간 스라스랑 사원 앞 호숫가. 해가 뜨자 사원 관리나 농사일을 위해 캄보디아인들이 속속 출근을 하고 있다. - 캄보디아 씨엠립 2005.03



비니가 실루엣 피사체가 멋지게 배치되는 순간을 노리고 있는 동안 좌린은 열심히 패닝샷을 하고 있었다. 디지틀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는 마음에 드는 장면이 확인 될 때까지 패닝을 계속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의 짧은 어학연수 기간에 찍은 사진. 통학 버스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2003.03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학창시절에 사먹던 아이스크림 콘 속의 쪽지에 적혀 있었다. 이는 분명 연애에 빠진 청춘들의 관심사를 대입 시험 같은 걸로 돌려놓기 위한 제과회사와 문교부의 검은 음모임에 틀림없다. 어디를 가든 서로의 얼굴을 보고 다녀야 인생이 즐겁다.

(코스모폴리탄 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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