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30일 화요일

배낭여행에서의 인터넷 사용 - 1

아직 오세아니아, 중남미 몇 개국밖에 못 다녀봤지만 그간 좀 감을 잡은 바가 있어 함 정리해봅니다.
배낭여행에서의 인터넷 사용

1. 피시방
피시방 없는 동네 없습니다. 여행 루트라는 게 사실 뻔한 거고, 배낭여행자가 들를만한 동네라면 어디나 인터넷까페가 있습니다. 시설이나 가격은 동네마다 차이가 많이 납니다만, 브라우저를 열어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타입이 아니라면 어디서나 큰 돈  안 들이고 인터넷을 할 수 있습니다. 모뎀 달린 노트북에 전화선 꽂아서 하는 글로벌 로밍 서비스 이런 게 있는데 배낭여행자 가 방방마다 전화 달려 있는 숙소 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숙소가 간간이 있지요. 그래서 업로드 할 분량이 많을 경우에는 약간 비싸도 시설이 좋은 숙소를 찾아서 인터넷으로 본전을 뽑기도 합니다. (사진 업로드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려요...)

2. 속도
무지막지한 속도가 안 나오면 피시방 명함도 못내미는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가게가 ADSL 회선 하나를 다섯대에서 서른대  정도로 공유해서 쓰는 식으로 영업합니다. MS 홈페이지에서 2MB 짜리 MS 글로벌 IME 하나 다운로드하는데 2분에서 30분 정도 걸리는 것같아요. 가끔 '149분 남았습니다'라는 황당한 속도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만, 인터넷폰 영업을 같이 하는 피시방이면 예의상 최소한의 속도는 나와 줍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다른 손님이 인터넷폰을 쓰는 도중에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기도 하지만요.

3. 성능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컴퓨터 환경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는 회선 속도뿐 아니라 컴퓨터 성능 역시 무시못할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인터넷 무료 사용' 숙소에 묵었을 때의 일입니다. Global IME를 다운받고 있었는데, '디스 크 용량 부족'메시지가 뜨면서 다운로드가 중단되었습니다. '이넘들 동영상 무지 다운받았구나...' 생각하며 디스크 등록정보 를 보았더니 '하드디스크 용량-200메가, 사용중인 용량-199메가'였습니다.-_- 일단 우뚝 솟은 컴퓨터가 아니라 평평하게 누운 컴 퓨터라면 정신수양 할 각오 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브라우저를 여러 개 띄워놓는 사용 습관도 문제이지만 , 대형 이미지에 각종 스크립트와 컨트롤이 사용된 웹페이지를 여는 데도 무한한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대부분의 국내 포털  사이트나 언론 사이트, '제대로'만들어진 사이트들이 온갖 휘황찬란한 기능들로 도배가 되어 있기 때문에, 페이지 띄우다가  컴퓨터 죽는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보안 설정이라든지, 기타 까다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은 상당히 괜찮은 환경에서만 시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인증서 가지고 이래저래 버벅대다가 비밀번호 3회 오류라도 하게 되면 '신분증 들고 영업점을 방문해 주세요' 이런 메시지 만날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800X600 이 1024X768보다 많습니다. 1024 기준에 프레임 써서 홈페이지 만드신 분들, 재고 부탁드립니다. (김유식님께 드린 말씀이었습니다-_-)

4. 사용권한
네트워크 연결 설정을 조회하거나 한글 입력 지원 프로그램을 깔려고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사용권한입니다. 피시방용 프로그램때문에 안 되는 경우도 있고, 2000이나 XP 사용자 계정에 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점원에게 잘 이야기 해서 제한을 해제하거나 관리자 계정으로 재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사태를 설명하기 위한 작문 자체가 상당히 까다로울 뿐더러, 점원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 안되면 한글 입력이나 노트북 사용은 물론 한글 읽기조 차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냥 피시방을 떠나주시거나 조용히 영어로 서핑을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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