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 22일 일요일

구두닦는 아저씨 Santiago

각종 사진관련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촌로'류의 사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역시 깊게 패인 주름살의 거친 피부와 같은 소재가 눈길을 확 잡아 끄는 건 사실입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라고 손으로 물어보자 흔쾌히 수락을 합니다.(찍고 보니 표정이 그닥 흔쾌해 보이지는 않는다는...-_-) 시장 골목 같은 데서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물건을 살 의사가 없다는 걸 밝히면 오히려 자기네 가게라도 좀 찍고 가라고 물건을 보여주거나 포즈를 취하곤 합니다.
사진-고발-단속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관행에서 누군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진찍다가 카메라를 뺏겼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곳 역시 군인 사진 찍다가 경찰서에 끌려간다는 가이드북의 멘트와 같이 살벌한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사진기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생겼을 법도 한데, 암튼 사진 찍는데는 상당히 관대한 사람들입니다.
얼마 후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다가와 디지틀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충분히 경계심이 들만한 상황이었는데, '당신네들이 사진기에 관대하니 나도 사진기에 관대해지자'하는 생각이 들어 사진기를 켜서 이것저것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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